Kim Jayhyung

A Leaf on Tongue

Aug 27 - Sep 9, 2024


About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한국 작가 김재형의 세 번째 개인전 "입안의 잎" 전시가 2024년 8월 27일부터 9월 9일까지 서울 갤러리 담에서 개최됩니다. 


김재형은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영국 Chelsea College of Art and Design에서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독일 뮌헨미술대학에서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현재는 뮌헨을 기반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의 제목 "입안의 잎"은 작가가 일상에서 마주친 소소한 경험에서 영감을 얻었음을 암시합니다. 김재형은 삶의 특별한 순간들을 '반짝임'으로 표현하며, 이는 큰 사건뿐만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전시작 중 "나무가 우거진 길"에서는 숲 터널 끝의 밝은 빛을 통해 미래로 향하는 길을 상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세 여자" 작품에서는 엄마와 두 딸의 서로 다른 시선과 그들 위로 반짝이는 빛을 묘사하여 가족 구성원들의 다양한 관심사와 존재감을 은유적으로 나타냅니다.


"나무타기"와 "그녀는 서두르지 않는다" 등의 작품에서는 인물과 배경이 같은 색조로 표현되어 있어, 인간의 흔적과 자연과의 조화를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김재형의 작품 세계는 일상의 순간들, 자연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기억의 순간들을 포착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그는 "반짝이지만 보석을 모으듯 모을 수 없고 기억에도 담기 힘든 것들"을 그림에 담아내려 노력한다고 설명합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 노트에서 현재의 질문이 항상 새롭다는 점을 강조하며, 매일의 삶에서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찾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합니다. 이는 그의 작품에서 일상적인 순간들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시선으로 이어집니다.


김재형의 이번 전시는 관객들에게 일상 속 특별한 순간들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하며, 삶의 작은 순간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공합니다. 그의 독특한 색채 사용과 구도는 평범한 장면들을 시적이고 의미 있는 순간으로 변모시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김재형은 국제적인 미술 교육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선보이며, 한국 현대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Artist Statement

현재의 질문은 항상 새롭다. 그런데도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자주 과거에서 질문의 답을 찾고는 한다. 매 겨울마다 높은 산에는 눈이 내리지만 수 많은 눈송이 중 단 하나도 같은 모양은 없다. 자연의 순환,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변화 속에 여러 삶과 죽음이 존재하지만 그 중 똑같은 삶이나 죽음도 없다. 철학자 크리슈나무르티는 “날마다 죽으면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늘 새롭다’는 사실을 잊었다가 다시 알아차리는 순간, 마음에 작은 여백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여백은 도시 아무 데나 서 있을 법한 나무 한 그루나 방금 떨어진 작은 빗방울에서 느낄 수 있다. 혹은 깊은 산 속에 들어가 발견할 수도 있다. 아주 가깝게는 오늘 입 안에 들어가는 사소한 무언가에서 비롯할 수도 있다.   

평소 습관대로 아무 초록 잎을 하나 주워 입에 물고 아주 살살 씹는다. 친구가 물끄러미 보다가 그 잎으로 그러다가는 피부가 가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 우거진 나무들 사이 잔디에 앉아서 나는 내 이 자국이 약간 생긴 이파리를 바라본다.

아무리 사소한 일도 그곳에 내가 있었는지, 스스로 행동 하는가 안 하는가에 따라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만든 영화 ‘노 베어스’는 시각적 연출이 아닌, 언제 가고 언제 멈추며 언제 카메라의 녹화 버튼을 누르고 그것을 중단하는지가 핵심임을 보여준다. 이미지를 다루는 이는 어떻게 보이는가에 매이기 쉽다. 그러나 중요한 건 어느 곳에 내 자신이 존재하는가, 거기서 내가 그 행동을 하는가 여부다.

바위산을 타고 며칠을 걸어도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메마르고 추운 사막에서 뜬금없이 빗방울이 내 이마를 때린다.

척박한 환경에서 물과 음식을 간절히 찾는 것처럼 어떤 사람들은 반짝이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좇는다. 그게 실제로 무엇인지는 제쳐 둔 채. 그 반짝이는 것은 하나의 이야기일 때도, 누구의 꿈일 때도, 혹은 기억 속 누군가 찰나의 표정일 때도 있다.

사람의 몸은 비슷한 온도를 유지하지만 마음은 차가웠다 뜨거웠다 한다. 그 반짝이는 것들은 마음을 뜨겁게 하는 연료가 된다.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상대의 눈동자에서 그 반짝이는 연료가 타오름을 본다.

반짝이는 것을 좇는 이들에게는 그것이 간절하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그런 영역이 아니므로 특유의 절박함이 묻어난다. 혼란스러운 군중 속에서 부모가 쉽게 아이를 찾아내는 것처럼. 그것은 찾아도 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아쉬운 이별의 순간이나 빛나는 바다를 처음 봤을 때. 갓 태어난 아기와 손을 잡을 때의 촉감에서 그 반짝임은 두드러진다. 이처럼 삶의 특별한 순간 분명하게 드러나지만 평범한 일상에도 그것은 있다. 다만 먼지처럼 흩어져 있거나 젖은 조약돌처럼 이내 빛을 숨길 뿐이다.

반짝이지만 보석을 모으듯 모을 수가 없고, 기억에도 담기 힘든 그런 것들. 우리는 그 반짝이는 것들에 대해 누군가 물어보면 “설명은 잘 못하겠고, 이미지만 남아있어요”라고 한다. 그런 것들을 그림에 조금씩 모아본다.

Selected 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