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o Eunho
Desiring the Desire of Others
Nov 11 – Nov 20, 2025
Yoo Eunho
Desiring the Desire of Others
Nov 11 – Nov 20, 2025
About
“혐오는 끈적끈적하게 사람과 사람을 이어 붙이며, 그 사이를 끊임없이 순환하며 존재한다.”
작가는 구조적으로 이용되어 온 혐오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에 맞닿아 있던 혐오를 발견하고 그것을 씻어내는 행위를 작업으로 담아냈다. 그러나 씻겨 나간 혐오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 다시 자리하며, 개인의 욕망을 변형시켜 타인의 욕망을 대신 욕망하게 만든다.
덕성여자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네덜란드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유은호의 첫 번째 개인전이다.
Artist Statement
혐오가 형성한 거대한 구조 속에서, 스스로의 욕망을 잃어가는 수많은 얼굴들을 보았다.
그 얼굴들은 끈적하게 달라붙은 혐오로 인해 고유한 목소리와 생기를 잃었고, 이로써 개별적 주체성은 희미해졌다. 그러한 상태에서 맺어지는 관계는 결국 혐오를 매개로 작동하며, 혐오는 개인과 개인 사이를 끊임없이 전이한다.
나는 나의 얼굴이 그들의 얼굴과 닮아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을 때, 몸을 씻어내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이는 곧 내가 이미 혐오의 구조에 포섭되어 있음을 인식한 경험이었다. 또한 그 충동은 구조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이기도 했다.
나는 내가 품은 미움이 타인의 미움이었음을, 나의 욕망 또한 타인의 욕망이었음을 확인하는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그와 동시에, 끝없는 혐오의 구조를 인식하고 그것을 씻어냄으로써 주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작업에 담았다.
판화로 찍어낸 얼굴은 개별 주체의 얼굴이면서도 동시에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형상이다. 그 안에는 ‘모두’가 포함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언젠가 나의 얼굴이었을 자화상이자, 목소리를 상실한 다수의 집합적 자화상이다.
무한히 반복·생산되는 동일한 판화 이미지들은 혐오의 구조 속에서 주입된 욕망을 반영한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고유한 욕망이 아니라, 타자의 욕망에 종속됨으로써 자기 욕망을 상실한 얼굴의 반복된 형상이다.
Selected Works
유은호_ All Who Are No One 3 아무도 아닌 모두3 2025 장지에 판화 33.5x53cm
유은호_ All Who Are No One 2 아무도 아닌 모두2 장지에 판화 33.5x53cm
유은호_그래도 남는것 2 That Which Still Lingers 2 2023 Print 110x193.8 cm
유은호_그래도 남는것 3 That Which Still Lingers 3 2023 Print 110x193.8 cm
유은호_흘러 고이는것 2023 Print 180x115.5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