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김재형, 김희정, 박시현, 에스카페아르, 신은미, 이희, 하선영, 한상진, SINZOW


About

독일 뮌헨과 라다크를 오가고 있는 김재형은 산과 숲, 강과 들의 사람 없는 풍경에서 시시각각 사라지는 존재들의 숨결을 포착한다. 특히 작가가 오랫동안 오가며 작업해온 라다크에서의 경험은 그의 작품 세계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라다크의 강렬한 빛을 마주한 후 되돌아온 작가의 화폭에는 역설적으로 빛이 사라진 듯한 고요함이 깃들어 있다. 은은하게 스며드는 빛의 잔향과 색의 흔적, 그리고 언뜻 사라질 듯한 희미한 풍경들이 담겨 있는 것이다.


김희정(b. 1963) 작가는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 즉 '진실과 사실'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둘이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볼 때, 우리는 과연 같은 것을 보는 걸까? 같은 형상과 같은 색을 보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처럼, 작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과연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을 작품에 담아낸다. 타인의 시각과 경험을 온전히 알 수 없는 인간의 한계, 심지어 스스로가 인지하는 것조차 때로는 불확실하다는 성찰은 작가 개인의 깊은 사유에서 시작된다.

박시현(b. 1965)에게 회화는 단순한 조형 행위가 아닌 감정의 정화 의식이다. "사람에게 감정이 없다면 기계와 다를 바 없겠지"라고 말하는 작가는 캔버스 위에서 벌어지는 붓질의 리듬과 색채의 축적을 통해 내면의 복잡한 감정들을 가시화한다. 작품 속 연하게 쌓아올린 색층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겹겹이 축적되며, 마치 지질학적 퇴적층처럼 작가의 정신적 여정을 기록한다.

신은미(b. 1972) 작가의 개인전 ‘박제된 영혼’은 동물을 중심으로 ‘생명과 존재의 경계’를 조명한다. 거대 동물의 목탄 드로잉과 작은 동물 조각이 공간 곳곳에 배치되어 죽음, 기억, 자유에 대한 작가의 질문을 강렬하게 던진다.
작품들은 투박한 재료와 원초적 표현을 통해 인간과 자연, 생명 사이의 근원적 긴장을 포착한다. 묵직한 명암과 사실적인 묘사가 관람자에게 진한 울림을 주며, 동물이라는 타자를 통해 인간 본연의 내면을 성찰하게 한다.


에스까페아르(b. 1990)는 인간의 욕망과 통제, 묵시적 세계를 탐구하는 회화 작가로, 현대 사회가 맞이한 위기와 변화 속에서 감춰진 불안과 욕망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즉흥성과 우연성을 활용해 바탕을 만들고,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형상과 이미지를 찾아 결합하여 초현실적인 화면을 구성한다. 유화와 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를 혼합하여 초현실적이고 상징적인 서사를 구축한다. 전시 공간에서는 설치와 사운드 등을 활용해 작품이 공간과 함께 경험될 수 있도록 연출한다. 강원과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겹쳐진 묵시>(2024, UR CulturePark), <메타십이지신전>(2023, PLACEMAK) 등의 개인전을 통해 문명과 생태, 기술과 인간이 맞닿는 경계를 탐색하고 있다


이희(b. 1986)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현상에 대해 관심이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온도를 눈으로 볼 수 없지만 감각으로 느낄 수 있고, 심지어 그 온도가 만나는 순간에는 물리적 현상이 일어나 시각적으로 볼 수 있다. 차가움과 따뜻함이 맞닿는 순간, 보이지 않던 성에나 안개가 생기기도 하고 비나 눈이 오는 현상들이 나타나는데, 나는 이러한 현상들이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순간, 감정과 감정이 만나는 순간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의 흔적들은 단순한 물리적 결로가 아니라 내면의 온도가 바깥세계와 만나는 지점에서 잠시 드러나는 감정의 결정(Crystallization)으로 느껴졌다. 나는 이것을 보이지 않던 온도가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진동의 순간을 감정적 차원에서 탐구함으로써 추상으로 풀어냈다.


하선영 (b. 1973)의 「나의 정원」전은 2023년 「그들의 정원」 시리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과거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정원에서, 이제는 작가 자신이 직접 거주하고 경험하는 내밀한 공간으로 시점이 전환되었다. 이는 관찰자에서 거주자로, 객관적 묘사에서 주관적 체험으로의 중요한 변화를 의미한다.

6월의 붉은 장미덩굴, 7월의 소나기가 만드는 흙 냄새, 8월 태양빛 아래 도드라지는 배롱나무의 진분홍까지, 작가는 계절의 변화를 몸소 체험하며 발견하는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캔버스에 담아낸다. 이전 작품들이 '그들의' 정원이라는 거리를 둔 관찰이었다면, 이번 작품들은 '나의' 정원이라는 소유감과 일체감을 통해 더욱 깊이 있는 자연과의 교감을 보여준다.


한상진 (b. 1971) 작가는 자기로부터 달라지는 풍경을 사유하는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삶 속에서 예술을 만나고 구체화시키려는 여정은 예술이 규정된 양식이나 형식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흐르고 변화하는 삶과 시간 속에서 발생하며 조우하는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은 풍경을 통해서 내가 나로부터 달라지는 지점과 새로운 이미지를 만나려 한다. 백두대간의 원시림과 산경(山經)은 이러한 맥락에서 본인에게 흥미로운 그림의 소재가 되어왔다.


SINZOW (b. 1974)의 회화는 두텁게 쌓아올린 물감의 마티에르가 특징적이다. 단순화된 인간의 형상들은 마치 원시미술을 연상시키는 순수함과 동시에, 현대인의 복잡한 내면을 담아낸다. 그의 캔버스 위 인물들은 왜곡되고 과장된 형태로 존재하지만, 그 안에는 생명의 본질적인 에너지가 역동적이다.



Selected Works